<조선, 1894년 여름> 발췌
- 여러모로 조선은 작은 중국처럼 보인다. 다만 현재 중국의 축소판이 아니라 17세기 명나라 시절의 중국인 것 같다.
- 산과 색깔이 비슷한 초라한 흙벽과, 마찬가지로 산과 거의 분간할 수 없는 초가지붕이었다. '도시'와 그 주변에는 푸른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나무도, 풀도, 정원도, 초지도 없었다. 단지 불규칙적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진흙집들의 혼돈만이 있었다!
- 조선인이 얼마나 게으르고 느려 터진 민족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건장한 체구의 조선 남자들은 모두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담배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담배 피우고 빈둥거리는 것이 남자들의 유일한 소일거리처럼 보였던 반면, 여자들은 집 안과 마당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었다.
- 만약 산책을 하다가 유럽인 지구를 떠나 조선인 마을로 들어선다면, 두 눈을 가리고 있더라도 이를 즉각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인들의 거리는 아주 청결하고 질서 있게 유지되고 있지만, 그 '거류지'가 끝나는 곳에서 깨끗함이 갑자기 사라지고 날씨에 따라 끝도 없는 먼지와 진창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불쾌하고 역겨운 더러움 역시 고유한 사정이 있다. 시장에서는 단지 남자들만이 장사를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닦거나 문지르거나 빗질을 하는 것은 조선 남자들에게 명예롭지 못한 일인 것 같다.
- 우리가 시장을 떠나 조선인 고유의 마을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다. 길과 집들, 또 가옥을 둘러싸고 있거나 그 안에 있는 정원은 대단히 깨끗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한데, 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집안을 돌보는 것은 여자의 몫이다. 여자들은 감동적인 부지런함과 감탄할 만한 인내력으로 그 의무를 다한다.
- 이 작고 눈에 안 띄는 건물들이 500년 동안 조선을 지배해왔으며 이 넓은 세계에서 아직까지도 오로지 천자, 즉 베이징에 있는 중국의 황제가 정하는 의전에 둘러싸여 있는 오래된 이씨 왕조의 궁궐인 것이다!
-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도시 중에서도 서울은 확실히 가장 기묘한 도시다. 서울은 산업도, 굴뚝도, 유리창도, 계단도 없는 도시, 극장과 커피숍이나 찻집, 공원과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다. 집에는 가구나 침대도 없으며, 변소는 직접 거리로 통해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흰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보다 더 더럽고 똥 천지인 도시가 어디에 또 있을까?
- 개들은 가장 충실하고 집도 잘 지키는 하수도 청소부다. 음식 찌꺼기나 이보다 훨씬 나쁜 종류의 유기물이 쌓이자마자, 이것들은 개들 차지가 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개들은 조선인들에게 잡아먹힌다.
- 지금까지도 내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것은 조선인들이 어디서 생계에 필요한 수단을 얻는가 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이나 오후 또는 저녁에 비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나는 남자들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집 안이나 집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중국식 파이프를 입에 물고 빈둥거리거나, 골목길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거다 잠을 잤다.
- 반면에 작고 추하며 고생 때문에 여윈 여자들은 살림을 도맡으며 요리하고 빨래를 했다. 모든 노동은 여자들의 몫이다. 바로 여기서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민족일수록 문화수준이 낮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조선의 여성들은 짐 싣는 동물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다. 남자들은 이른바 노예를 갖기 위해 여자와 결혼한다.
<조선, 1894년 여름> 발췌-2
- 중국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두었더라면 오늘날 조선인들은 기본 교양과 교육에서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 지금까지 단 네 명의 조선인만이 유럽 대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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