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은영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이런 입장문을 드리는 상황이, 무엇보다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최근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또 분노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이 사안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특히 아이의 복지나 안전 등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어서 이에 조심스럽게 몇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금쪽상담소에서 본인이 조영남에게 해준 조언을 입장문에도 적용하셨음. 일단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먼저 한 건, 역시나 '대중을 잘 고려'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체벌을 절대 반대해 왔습니다.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까지 써 온 책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단히 단호합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것들이 사람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히는 줄 알기 때문입니다.
→ 지당하신 말씀이다. 우리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오은영 박사의 오랜 철학과 신념을 질의하는 시청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본인 말대로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왜 이번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에피소드에서는 아동 성추행에 타협하는 제스처를 취했는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라는 얘기였음. 설마 이걸 오은영 박사가 몰랐을 리 없는데 왜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밑밥으로 까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시청자분들이 놀라신 그 사전 촬영된 장면에서 저 또한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당연히 출연자의 남편에게도 어떠한 좋은 의도라도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출연자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행동으로 인해 아내에 의해 아동 학대 신고가 되어 이후 경찰에서 교육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동 학대 교육의 연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 주었습니다. 이후 실제로 이 출연자 남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하여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입니다.
→ "시청자들이 놀라신 그 사전 촬영된 장면에서 저 또한 많은 우려"를 했다고 하는데, 오 박사는 시청자들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거나 모른 척하고 있음. 가정집에서 자녀를 대상으로 한 유사 성행위를 지상파에서 목격한 것만 해도 그 더러움과 불쾌함이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데,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가 성추행을 성추행이라고 하지 않고, 성범죄를 성범죄라고 하지 않고,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즉각 분리시키기는커녕, 가해자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강하게 지적" 하는 데서 의사로서의 개입을 끝냈다.
인용 표시도 문제있다.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는데, 정작 시청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바로 이 직전에 "어떠한 좋은 의도라도"라는 전제를 가해자에게 부여했기 때문임. 왜 이걸 모른 척하는 걸까? 오박사가 이 정도 맥락 파악도 못 하는 사람이었나? 교묘하게 책임 회피하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가해자에게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줬다는데, 설사 5시간 내내 했다 쳐도 과연 교화가 됐을까? 실제로 이 가해자가 피해 아동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에 대한 얘기는 없음. 중요한 내용이 쏙 빠졌다.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 이라는데, 이건 본인의 이름 석자를 내걸고 방영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고,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분이기 때문에 오은영 박사는 참담해하기 이전에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방송 편집 핑계를 대면서 나는 억울하다고 호소하려면 프로그램 타이틀에서 '오은영'을 빼야 됨. 방송국에서는 PD가 왕이라고들 하지만, 왕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이미 예견된 피해 (=저 또한 많은 우려)를 사전에 못 막은 건 오은영의 책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지 않고, 가해자에게만 도움을 주고 절대적 약자인 피해자는 방관한 것 역시 오은영의 과실. 프로는 결과로만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은영은 비겁한 아마추어다.
또한 방송에서 ‘촉각이 예민한 아이’에 대한 언급은 출연자 부부의 딸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가깝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신체 접촉도 불편하고 괴롭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하면 부모라도 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이었지 출연자 부부의 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출연자 자녀의 탓이라거나 남편의 행동을 옹호한다는 설명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가엽다”라고 말한 부분은 과거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입니다.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시켜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이 아닙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회상시켰던 것 또한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촉각이 예민한 아이’에 대한 언급은 딸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상황과 맥락이라는 게 있다. 출연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한 80분 내내 지켜본 '그 아이'를 염두에 둔 표현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방송을 그렇게도 모르나?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 이라고 해명한 부분도 가관이다. 전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되면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지능이 어떻게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걸까 아니면 이게 원래 이 사람의 실체였던 걸까.
마지막으로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있다. 오은영 박사가 계부를 어떻게 호칭하고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오박사는 끝까지 "남편"이라고 부르고 있다. 공식 입장문에서 '가해자', '성범죄자'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단어를 쓰라는 게 아니다. 왜 "아빠"라고 안하고 "남편"이라고 하는가? 지금 사건의 쟁점은 부부의 관계가 아니라 계부와 딸의 관계 아니었던가?
"절대로 출연자 자녀의 탓이라거나 남편의 행동을 옹호한다는 설명은 아니었습니다." 이 문장,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 가정은 재혼 가정이다. 법적으로 아빠와 딸이다. 그런데 오박사는 피해아동을 "출연자 부부의 딸" 또는 "출연자 자녀"라 부르고, 가해자에게는 "아빠"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호칭을 고수하고 있다. 한 문장 안에 이 무슨 기이한 관계성인가?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은 그냥 재미로 제작된 예능 프로가 아니다. "부부"라는 개념은 초저출산 시대에 대한민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지상파 방송국 제작팀이 분명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강화하려는 사회적 단위다. 이 입장문에서도 피해 아동은 부부라는 프레임의 바깥에 소외되어있다. 아동 인권의 상징적인 인물인 오은영이 피해아동을 방임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무력감과 절망감을 줬다.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입니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시청자분들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걱정, 감사드립니다.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저와 오은영리포트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적으로 살피겠습니다. 더불어 따끔한 지적과 충고들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 이제 와서? 다음 문장이나 보자.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말에 구체성이 없다. 오박사의 육아 프로, 상담 프로를 숱하게 보면서 계몽된 시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기대하는 건, 오박사가 전문의로서 본인이 목격한 성추행을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본인이 가진 전문성과 권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아동학대를 신고할 법적 의무가 있다. 왜 알맹이는 쏙 빼놓고 껍데기만 논하는가.
마지막으로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저의 의견을 제시해온 것은 세상에 계신 많은 부모님들이 가장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수단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 논술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서론-본론-결론 중 결론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된다. 그래서 오박사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오박사는 아동 전문의로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금쪽같은 내새끼>와 같은 본인의 특화된 전문성을 발휘하는 프로에서 그치지 않고, 막장 부부 상담, 한물간 연예인들 상담 등으로 방송 영역을 확장했다. 정신건강 전문의이니 자격은 충분하다. 개인 선택의 영역이다.
정작 본인 센터에서 진료할 시간은 부족해 보이는데, 패션쇼나 연예인 소주 론칭행사에 참석하는 건 다소 의아하다. 본인 이름을 내건 대형 보험사 광고에도 등장한다. 오박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던 시청자들과 지지층도, 이제는 오박사가 전문 의료인인지 전문 방송인인지 헷갈려 한다는 걸 오박사 스스로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은 굳건하신가 보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여러 가지 염려를 낳았기에 저 역시 매우 참담하며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더 유념하겠습니다.
→ 아동 성범죄를 방관했다는 오명은 대한민국 업계 최고의 아동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부끄럽고 참담할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공감한다.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이라는 걸 보면, 이제는 오박사가 방송 편집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PD를 상대로 기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단단히 작정하셨나 보다. 방송을 접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방송물이 그렇게나 좋은가? 그럴거면 입장문이라도 좀 제대로 쓰지! 하! 참담하다!
'생각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우디아 하르만 <엄마와 딸의 심리학> 독서 메모 (2) | 2022.01.15 |
---|---|
정찬용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완결편 독서메모 (2) | 2022.01.11 |
영주 닐슨 <20대에 시작하는 자산관리 프로젝트> 독서 메모 (0) | 2022.01.07 |
<오징어 게임> : 동양인들의 학살 게임을 관음하는 서양 백인들 (0) | 2021.10.01 |
화(火)기운이 과다하거나 부족할 때 (0) | 2021.09.28 |
댓글